업계 관계자다. 영화감독들 어떻게 사는지 현실 알려준다

나 업계 관계잔데 영화감독되는 방법 알려주마. 주변에서 이런얘기 해주는사람 아마 없을거다

이글 끝까지 읽고나면 영화감독되고 싶은 생각 아마 없어질거다. 꿈 깨기 싫으면 읽지마라

영화감독하면 뭐가 떠오르냐. 니들생각 맞춰볼까. 여배우랑 ㅅㅅ하고 로비받고 접대받고 어디가서 "나 영화감독이오" 꺼드렁 부리면서 대우받으면서 살거같냐

유명한 감독들 보면 그런생각 들꺼다. 그래 맞다. 잘 나가는 감독들은 니들 생각처럼 돈도 잘 벌고 어디가서 꿀리지않게 잘 산다. 그런데 어느 업계나 부자 한명을 떠받치는 99%의 하층민이 있는 법이지. 여기도 예외는 아니다

대충 100명이 감독하겠다고 설치면 그 중 2명 정도 잘된다. 나머지 98명의 삶이 어떨지는 생각해 봤냐? 하루하루가 빈곤과 고통이다. 그저 미래의 성공이라는 한자락의 지푸라기, 허상만을 붙들고 살뿐이다

영화감독이 데뷔하는 걸 입봉이라고 한다. 나도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대충 일본말 같은데 어느 분야든 짬좀 차 보이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폐쇠적인 언어를 쓰는걸 좋아한다. 그래야 고수같고 고인물처럼 보이는거거든. 이런식으로 티 내는거다. 몇가지 용어 알려주면



데마가 : 앞에 데마이에 걸고 찍자. 즉 렌즈 앞에 화분이나 컵이나 등등 놓고 세팅해서 찍자. 이런 거다.

데모찌: 들고 찍기. 핸드헬드 즉 카메라를 삼각대가 아닌 들고 찍는방법을 말한다.

바라시: 정리하자는 뜻이다. 자. 오늘 촬영 끝났으니 정리하자. "슬바"라는 말도 있다. 슬슬 바라시. 촬영 끝날 때 됐으니 슬슬 정리하자.

스태프들은 바라시를 제일 좋아한다. 당연한 소리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간다.

영화감독 되려면 영화과가고 대학원 가고 유학 가야 하는가?

아니다. 헛다리 짚지마라.

입봉을 하는 방법은 딱 하나다.

좋은 시나리오를 쓰던가 남이 쓴거 구하던가 아무도 모르는 무명영화 티 안나게 표절하던가

왜냐고? 한국 영화계는 감독에게 시나리오쓰는 능력까지 요구한다. 특이한 나라지. 영화사나 투자사에서 신인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시나리오와 그가 만든 단편영화 수상경력 정도밖에 없어서 그렇다.

그 중에서 다른거 다 필요없고 시나리오 하나만 있어도 업계 관계자들한테 눈도장 찍히고 어필되는거다. 이거 하나만 되면 너는 입봉할 수 있다.

심지어 네가 카메라 만져본 적도 없는 초보중의 초보라도 글쓰는 능력이 탁월하면 일 시켜준다. 어느정도인지 아냐? 입봉전에 단편영화로 연습하라고 제작비 대주기도 한다.

제작사에서 경험 많은 스텝들 붙여주면 지들끼리 능력 없는 감독 뒷담화 하면서도 자기네들이 다 알아서 퀄리티있게 잘 뽑아준다. 시나리오가 좋다는 가정하에.

왜 그렇게 시나리오에 집착할까? 좋은 시나리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야. 동시에 시나리오는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지표이기도 하지.

시나리오만 좋다고 영화 잘 나오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지만 시나리오가 구리면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다. 즉 좋은 시나리오는 흥행하는 영화의 필요조건이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거야

입봉은 여기까지 하고 수입을 알아보자.



영화감독 연봉은 얼마나 될거같냐?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는 하다. 뭐라 딱 집어서 말할 순 없지

신인의 경우 자기가 쓴 시나리오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 소설처럼 원작있는 거 말고 니가 직접 창작해서 쓴거라면

시나리오 : 1.5천만 ~ 3천만 원

연출료 : 3 ~ 4천만 원

합치면 대략 연봉 4~7천만원 정도다.

하지만 준비기간은 보통 2 ~ 3년이고 그 기간동안은 연봉 2~3천도 안 된다

그리고 제작비에 따라 달라지고 제작사가 양아치인지 양반인지에 따라서 또 갈린다. 무슨말이냐고?

통상 인센티브 계약을 하는데 5%~10% 지분계약을 하고 흥행 수익의 일부분을 보장받게 된다.

예를 들어 제작사가 1억을 벌면 감독에게 인센티브로 5백만~1000만원 준다 이거다.

그런데 이거 안 해주는 데가 훨씬 많다. 이게 양아치라는 거다

자 이렇게 해서 니가 입봉한 영화가 대박쳤다 치면 그날부터 니 몸값은 엄청나게 뛰기 시작한다. 최소 억대다.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1~3억대로 순식간에 뛴다.

그리고 니가 가져가는 인센티브도 더 많아진다. 15-20% 정도. 매우 이상적인 시나리오하고 할 수 있지

이런 대박을 몇번 연속으로 치면 너는 잘 나가는 업계 에이스가 된다.

연출료 3~5억. 인센티브 20%~50%. 이 쯤 되면 자기가 제작사를 차리기도 한다.

설레였냐? 허나 꿈같은 얘기. 몇명이나 이렇게 될거같냐



마지막으로 영화의 수익구조를 알려주마.

관객이 8000원을 주고 영화 티켓을 끊으면 이 중 3400원 정도가 제작 투자사로 들어간다. 대충 이정도라는 거니까 딴지걸지 마라

이 돈은 영화 제작비가 회수될 때까지 투자사에게 들어간다.

회수가 끝난 시점부터 수익분배는 투자사 6 제작사 4의 비율로 나눠갖게 된다. 이건 영화마다 다른데 니가 슈퍼 을이라면 8:2까지의 불합리한 수익 분배도 많다.

초대박친 과속스캔들의 예를 들어볼까? 전국 관객 830만이라고 치고

830만 x 3400원 = 282억. 이중 총제작비 43억 정도니까

제작비에서 수익을 빼면 43억 - 282억 = -239억. 즉 순수익이 239억이다.

여기서 통상적인 수익배분률인 6:4로 가정하고 투자사가 60%인 143억. 제작사가 40%인 95억 정도 수익난거다.

여기서 입봉이었던 감독이 얻는 수익을 계산해보자. 인센티브 계약을 했다면 최소 5억 이상. 안했으면 인센 하나도 못받으니 흥행해 비하면 좃망한거지.

다만 이런 경우 지들도 양심은 있어서 보너스를 챙겨주기는 한다. 개양아치가 아닌 이상에야 이정도 선심은 배푼다.

이건 최상의 시나리오지. 다른 경우도 살펴볼까?

예를 들면 이번에 ㅈ망한 마이웨이같은 경우 총제작비가 대충 300억이라고 했을 때 지금 전국 관람객 수가 210만명 정도니까

210만 X 3400원 = 즉 71억 4천만원이 수익

제작비에서 수익을 빼면 300억 - 71억= 229억이 손해지. ㅈ망이다

물론 해외수익과 판권 등이 있으니 손해가 덜하긴 해. 어쩃든 망한건 맞다

이렇게 입봉을 한 작품이 망했다면?

그자리에서 니 커리어가 끝나거나 운좋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불확실하다.

결국 인생을 담보로 염세주의랑 어깨동무하며 살게 되는 경우 졸라 많다.

하지만 바닥 밑에 지하실 있다고 했던가? 입봉이라도 하면 다행이지.



실상은 입봉도 못하고 결혼도 못하고 하루하루 생계에 허덕이며 힘들게 사는 형아들 졸 많다.

내가 위에서 부자 한명을 떠받치는 99%의 하층민이 있다고 했지? 그 99%가 이런 사람들이다.

미래만 바라보는 40, 50대도 수두룩 하다. 미래가 보장되지도 않는 이런생활 감당할 수 있냐?

그냥 부잣집 아들내미가 취미로 하면 딱 좋은게 영화감독이다. 나쁜 말은 하지않는다. 다만 꿈은 꾸되 현실을 보아라.